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과목이 절대평가로 변경되었습니다.
수능은 시행 이래로 상대평가를 20여 년간 쭉 고려해왔습니다.
2017년, 수능 과목에 한국사가 필수 과목에 추가되면서 절대평가 방식이 처음으로 도입되었는데요.
다음 년도 수능인 2018년도 수능에는 핵심 과목 중 하나인 영어 과목이 절대 평가로 변경되었습니다.
국어, 수학, 탐구는 상대평가인데 왜 영어만 절대평가일까요?
이 글에는 작성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녹아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고자 하는 것이 취지이며, 통설을 작성하고자 하지는 않았습니다.
(작성자 = 쏠북 고객경험팀 김규형/로버트)
출처=Pixabay
먼저, 교육부가 설명한 평가 방식 변경의 취지는 “경쟁 과열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함” 이었습니다.
모든 변화가 대체로 그러하듯, 변화의 취지를 떠나 변화의 방식에는 옹호 여론과 비판 여론이 공존하는데요.
절대평가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에는 다음과 같은 입장이 있습니다.
변별력 약화에 따른 수능 기반 정시의 대입 가능성 축소?
대다수의 쏠북 유저분들은 공감하실텐데요.
대입 과정, 특히 정시를 통한 대입에서 상위권 대학을 지원하는 경우 수능 점수는 1점 차이로 합/불합 여부가 뒤집히기도 하는 매우 예민한 지표입니다.
이과에 비해 대학 수준 별 표준 점수의 변화가 완곡한 문과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죠.
이러한 부분 때문에 영어 과목에서 10점 구간을 동점으로 처리하면 변별력이 크게 약화되어 현실적인 대입 선발 지표로 활용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평가 방식 변경을 비판하는 의견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2018학년도 수능에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일부 상위권 대학에서는 학생 선발과정에서의 변별력 약화를 이유로 영어 과목의 점수 반영을 줄이고 국어, 수학, 탐구 과목의 비중을 늘리고 있어 교육부에서 발표한 변화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경쟁 과열 완화와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필요한 점수 구간이 상위권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정시를 통한 대입은 영어 과목이 절대 평가로 변경되기 전에도 수시에 비해 메리트가 없고, 입시 전략의 성공률도 낮은 상황이었습니다. 모든 경우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학생 개인의 사정으로 인해 수시 과정을 성실하게 준비하지 못했거나 고등학교 재학 중에 대입 목표를 변경하는 경우에 선택하는 것이 정시를 통한 대입인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수능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약화되고 내신이 중요해졌을 때, 소위 스카이에 가고 싶다면 12번에 걸친 고등학교 내신 시험에서 모두 1등급을 놓치지 않아야만 할 겁니다. 조금 비약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수능을 열두번 보는 것과 다름 없다고 볼 수도 있겠죠. 대학교 별로 2차적인 시험을 치루지 않는 이상, 표준점수가 빽빽하게 분포되어 있는 상위권 대학들은 상대평가식 수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능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과도한 대입 경쟁을 해소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맞는 말일수도 있지만, 깊게 멀리 생각하면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주장에 옹호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상대평가 방식은 타인과의 경쟁이지만, 절대평가 방식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으로 바꿀 수 있다” 가 핵심입니다.
타인과의 경쟁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사교육 시장이 억제되고, 넓게는 학벌주의가 사라지며 N수생의 감소, 수능 시험 문제가 불필요하게 어려워지는 문제점 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절대 평가 변경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긍정 효과라는 것인데요.
그러나 위 논제 또한 옹호론자보다는 비판론자의 비율이 높습니다.
수능 상대평가를 폐지해서 영향력을 약화시켜도 ‘수능 경쟁’ 이 약화되는 것이지 ‘대입 경쟁’ 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반대편의 입장입니다. 이들은 수능 비관론자들이 학생부, 내신, 면접 등의 대학 입학 수단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입 경쟁수단에는 수능만 있는 것이 아니며, 이미 수능의 반영 비중은 2012년도 이후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는 수시 8, 정시 2 정도로 과거에 비해 정시는 그 영향력이 이미 너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죠.
이들은 이미 내신 시험 자체를 상대평가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평가 전환을 통한 대입 경쟁이 해소되려면 수능이 아니라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여 학생들이 당장 느끼고 있는 같은 학년 학우와의 경쟁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는고 주장합니다. 두 의견 모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제가 만나왔던 선생님들은 매 시험기간이 전쟁이셨어요. 수시가 정시보다 유효한 전략이라는 것은 이미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대학교 입학을 준비할 때에도 그러했거든요.
사교육에서 영어의 비중은 국어나 수학보다 크지 않다
글을 작성하다보니 절대 평가로서의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이 되어버렸지만, 제가 지금까지 내심 그렇게 생각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적이었던 사교육비 감소는 실제로 실현되고 있을까요?
2017년까지 정시 모집 비율은 줄어들고, 1인당 사교육비는 늘어났습니다.
물가 상승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수 있겠지만요.
고객을 만나뵙는 과정에서 쏠북 유저분들은 제게 다양한 어려움들을 말씀해주시곤 하는데요.
실제로 영어에 투자하는 비용이나 시간이 다른 과목에 비해 적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시곤 합니다.
정말 솔직한 이야기지만, 제가 고등학교 자녀를 두었다면 영어 과목에 들이는 교육 비용이 줄어든다고 해서 교육에 들이는 비용 자체를 줄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과목에 나눠주겠죠.



